이 시리즈의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한 지인에게서 받은 질문이다. "기독교는 왜 여성의 낙태권을 그렇게 물고 늘어지나요?" 이 질문에 가장 단순한 답(인 동시에 기독교에서 선호하는 답)은 "성경에서 살인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말로 그게 이유일까? 살인하지 말라는 건 개신교 고유의 가치가 아니다. 인류의 거의 모든 사회가 살인을 죄악시했다. 살인을 금하지 않는 사회는 없다.
그렇다면 개신교가 다른 어떤 종교나 가치 체계보다 살인을 막는 것에 더 열심일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미국의 보수 개신교가 반전운동을 낙태 반대 운동에 비해 더 열심히 한 게 아니다. 미국에서 십 대 이하 아이들의 사망 원인 1위는 '총기에 의한 사망'이고, 전문가들은 총기 규제만이 답이라고 수십 년 동안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국의 보수 개신교 신자들은 총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보수 개신교 신자들이 낙태에 반대하는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게 살인이고, 성경이 살인을 금했기 때문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들은 낙태 하나에만 흥분하기 때문이다. (발달 단계에 따라 다르지만 초기 단계의 태아는 인간으로 규정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낙태에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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