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개신교 신자이거나, 개신교를 믿는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이 제법 많을 거라고 본다. 만약 '내가 믿는, 혹은 믿었던 기독교도 복음주의(Evangelicalism)였을까?'하는 궁금증이 든다면 종교학자이자, 성공회 신부인 랜덜 바머(Randall Balmer)는 복음주의의 특징을 세 가지로 이야기한다.

첫째, 성경은 신(하나님)이 인간에게 하는 말이고, 그 내용을 있는 그대로(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 둘째, 영적 각성, 혹은 거듭나는(born-again)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셋째, 자기가 믿는 신앙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마 한국에서 자란 개신교 신자라면 대부분 이 세 가지에 동의하는 것을 넘어, '원래 모든 기독교가 그런 거 아니었어?'라고 생각할 거다. 그만큼 복음주의는 개신교의 신앙에 깊이 뿌리 내렸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 "복음주의자(Evangelicals)"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백인 크리스천'이다. 구글에서 그 단어로 이미지를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사진들을 보면 공화당이 아니라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 크리스천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제 미국의 복음주의는 트럼프와 단단하게 연결되었다. 우리가 흔히 "미국의 보수 기독교"라고 부르는 것이 이 복음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