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카를로스에게 처음 연락한 건 2022년 6월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카를로스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너무나 많은 슬픔을 경험했기 때문에 과거의 일을 모두 묻고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기처럼 억울한 판결을 받은 사람들 중에 기자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거절 당한 후에도 세 번을 더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에서 나는 그의 사연에는 32년 전에 무죄 판결을 끌어낼 수 있었던 DNA 검사 결과가 감춰져 있었다는 사실과 그런 검사 결과가 다시 빛을 볼 수 있게 된 데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 배심원의 노력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카를로스에게 그 배심원을 추적해 찾아내고 싶다고 했다.

마침내 카를로스가 나를 만나겠다는 답을 보내왔다.

나는 지난해 5월 시카고로 날아가 도시 서쪽에 있는 교외 지역으로 가서 사람이 붐비는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카를로스는 체격이 좋고 수줍음을 타는 사람이었고, 흰머리를 짧게 깎고 있었다. 우리는 부스 석에 앉아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나를 경계했다. 미소를 지을 때면 얼굴이 살짝 뒤틀리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변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그는 자기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셔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아버지 다음으로 그의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은 형 마리오였다. "마리오 형은 저를 받쳐주는 반석입니다. 저는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을 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