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선에서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분노를 결집해 트럼프를 당선시킨 일등공신인 스티브 배넌은 글로벌 엘리트 계급을 맹렬하게 비판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자유무역 체제하에서 미국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하고, 미국의 경제가 금융 중심 구조로 변화하면서 미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동안 월스트리트의 금융인, 글로벌 미디어, 테크 기업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의 경영진이 그 이익을 독차지하게 되었다고 비판한다. 전형적인 반(反)세계화 지식인의 주장처럼 들린다.

하지만 스티브 배넌의 이력을 보면 그 주장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그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상징과도 같은 골드먼삭스에서 투자 은행가로 일했고, 그 후에는 헐리우드에서 일하며 영화와 TV 프로그램의 투자와 제작에 관여했다. (배넌은 지금도 '사인펠드'가 방영될 때마다 수익금 일부를 받는다.) 자신의 회사(Bannon & Co.)를 프랑스의 금융 그룹 소시에테 제네랄에 매각했고, 인터넷 게임 회사의 CEO로 일하기도 했다. 그가 목소리 높여 비판해 온 모든 일을 스스로 해 온 사람이다.

"모든 비난은 자백"(Every accusation is a confession)이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로제 뮈키엘리(Roger Mucchielli)가 말한 '거울 속의 비난'이라는 개념에서 왔다고 전해지는 이 표현은 누군가 남을 강력하게 비난할 때는 바로 자신이 그 일을 했거나,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인물로 도널드 트럼프가 있다. 오바마가 골프를 가장 많이 하는 대통령이라는 주장부터 카멀라 해리스의 이란 침공 가능성까지, 그가 민주당 정치인을 공격하면서 했던 모든 말은 정작 그 정치인이 아니라 자신이 했거나, 하고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