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 제프리 엡스틴이 맨해튼의 '상류 사회'에 진출하는 과정에 그들을 철저히 연구해야 했다고 썼지만, 그렇다고 해서 엡스틴을 둘러싼 '엡스틴 계급'의 구성원들이 유럽의 귀족 가문처럼 몇 대째 부자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들로 구성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여기에는 각 사회·문화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더 많이 일해야 하는 엘리트
엡스틴 주위의 큰 부자들은 분명 남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기회를 누린 사람들이 많다는 건 사실이다. 가령 빌 게이츠를 보자. 그가 가진 부는 거의 전적으로 그가 설립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왔다. 그가 직접 일해서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시애틀에서 유명한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기업 이사회와 지역 사회에서 활동한 사람이다. 그들은 빌이 학교 공부를 지루해 하자, 시애틀의 명문 사립학교에 보냈고, 1960년대 말, 그 학교는 학부모들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를 구매한다. 대학교에서 컴퓨터를 만져보기도 쉽지 않았던 시절에 중고등학생이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은 엄청나게 유리한 출발이었다. 즉,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자본 때문에 빌 게이츠는 PC 혁명을 주도할 수 있었고,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금수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