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5월, "숨을 쉴 수 없어요(I can't breathe)"라는 반복된 호소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조지 플로이드를 죽인 백인 경찰관 데리 쇼빈이 혐의 세 건 모두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너무나 당연한 평결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어제, 오늘 초긴장 상태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판이 이뤄지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폭동에 대비해서 병력이 출동하고, 정부와 지자체 건물이 바리케이드와 나무판으로 단단하게 쌓인 채 평결을 기다려야 했다. 유튜브에서 플로이드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비디오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백주에 일어난 살인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이 당연한 결과를 장담하는 미국인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백인 경찰관이 흑인을 죽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법원은 경찰관의 말을 우선적으로 신뢰한다. 아무런 목격자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흑인 용의자를 죽인 경우 "거칠게 반항하는 바람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말하면 경찰의 말을 믿어준다. 목격자가 있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심지어 경찰의 일방적인 폭행이 담긴 비디오가 증거물로 존재해도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 "LA 폭동"으로 익숙한 1992년의 대규모 인종 폭동을 유발시킨 로드니 킹 폭행사건이 그랬다.

당시로서는 극히 드물게 현장 근처에 비디오 카메라를 가진 민간인이 있어서 흑인이 경찰관들에게 둘러싸여 마치 사냥 당하는 짐승처럼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촬영했지만, 경찰은 그 비디오를 증거물로 취급하지 않았다. 결국 비디오를 촬영한 목격자는 이를 방송국에 넘겼고, 이 비디오가 방송되면서 사람들이 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멀리서 현장을 촬영한 비디오도 폭력 경찰들을 유죄로 만들지 못했다. 백인 경찰들이 풀려나는 것을 본 흑인들이 분노하면서 폭동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현장에 모인 사람들이 폰으로 경찰을 폭행을 촬영한 비디오가 한 둘이 아니었고, 심지어 경찰의 가슴에 달린 카메라로 찍힌 장면도 생생하게 남았다. "경찰관 위협을 느꼈다"는 변호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각도로 촬영된 고화질의 비디오를 통해 데릭 쇼빈 경찰관이 위협을 느끼지도 않았고, 플로이드가 완전히 의식을 잃은 후에도 응급조치를 하지 않고 계속해서 목과 가슴을 눌러서 살인을 저질렀음이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촬영을 멈추지 않고 기록으로 남긴 목격자 다넬라 프레이저(위 사진 가운데 여성)과 그가 제출한 영상은 가장 생생한 증거물로 재판을 승리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미국 경찰의 민낯과 흑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민권침해가 어떤 수준인지를 미국인들 뿐 아니라 전세계인들에게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용기있는 시민 저널리즘으로 미국의 펜 어메리카PEN America는 프레이저는 '베넨슨 용기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레이저의 말처럼 이런 비디오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흑인들이 경찰관들에게 억울하게 살해당했는지 우리는 모른다.

그래서 이번 재판의 진짜 영웅은 비디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제 가슴에 비디오 카메라를 의무 착용해야 하는 경찰관들은 물론이고, 세상의 그 누구도 공공장소에서 범행을 저지르면서 아무도 보지 못했을 거라 기대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