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 관심을 갖고 이 회사를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이 회사가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일론 머스크에 관한 책이나 기사를 읽어 본 사람들도 아는 사실이다. 지금은 아예 소셜미디어 기업(X)을 "내돈내산"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머스크는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서 "수퍼 인플루언서"였고, 지금도 그렇다. 따라서 그가 하는 트윗은 기업이면 누구나 탐내는 막강한 '언드 미디어(earned media)'였고, 굳이 돈을 내고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 가령 TV 광고)'를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테슬라가 광고를 시작했다면? 상황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얘기다. 구글과 메타의 플랫폼에서 시작한 테슬라의 광고는 "테스트용으로" 작게 시작했다고 하지만,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브랜드의 정체성처럼 자랑했던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졌음을 인정했다는 얘기다.

미국 시장에서는 현재 현대-기아차가 가장 강력한 테슬라의 경쟁자로 여겨지고 있고, "전기차를 사고 싶은데, 일론 머스크의 브랜드가 싫은 사람들"은 현대와 기아의 전기차를 선택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게다가 테슬라는 세계 시장에서 중국 기업 BYD에 전기차 판매 1위를 내줬다. BYD는 늘어나는 수출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의 차량 운반선들로 구성된 선단(船團)을 구축하고 있을 정도다. 테슬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머스크는 이런 중국 전기차의 위협에 대해 보호무역 장벽을 세우지 않으면 중국 기업들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평소 일론 머스크의 발언을 생각하면 그가 철저한 시장 자유주의의 신봉자일 것 같지만, 머스크가 세운 기업들의 성장 과정을 보면 그가 보호무역주의를 이야기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의 대표적인 기업인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으로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정부'는 미국 정부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도 포함된다. 그리고 그가 중국 정부에 큰 신세를 졌다는 사실은 갈수록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주 뉴욕타임즈는 이 문제를 파헤치는 두 편의 기사를 발행했다. 하나는 세 명의 기자가 함께 쓴 장문의 기사이고, 다른 하나는 그중 한 기자가 이를 요약, 정리한 짧은 기사다.

이 기사들의 핵심은 설립된 이후로 한 번도 이윤을 내지 못했던 테슬라가 흑자로 돌아서게 된 결정적 계기는 중국 상하이 공장의 설립인데,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거의 특혜에 가까운 지원을 했다는 것. 그런 지원 외에도 중국의 값싸고 뛰어난 노동력과 생산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테슬라가 흑자를 낼 수 있었기 때문에 머스크에게 중국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파트너라는 것. 하지만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개인적인 결정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만큼 국제정치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고, 소셜미디어 기업 X를 통해 국내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그가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은 미국과 세계에 불안 요소라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중국으로

애초에 전기차는 환경문제와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었다. 2013년,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13개의 주정부는 자동차의 탄소배출 기준치를 낮추고, 생산하는 차량이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테슬라 같은 전기차 제조사에서 탄소배출권을 크레딧(credit)으로 사도록 했다. 자동차 판매로 이윤을 내지 못하는 테슬라를 살린 건 바로 이 제도였다. 테슬라는 미국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팔아 수십억 달러를 벌 수 있었다.

일론 머스크는 중국에 진출하면서 로비스트를 통해 캘리포니아에서와 같은 탄소배출권 제도를 중국 정부가 도입하게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캘리포니아의 환경주의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중국 정부를 설득했다고 한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하는 중국,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 중국이 친환경 정책을 채택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목표치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로서는 머스크의 설득 외에도 다른 계산이 있었다.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인 미국과 달리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전기차가 환경문제 해결 이전에 경제적인 문제다. 중국이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중국인들이 전기차를 타야 한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전기차 제조, 수출이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중국의 자동차 산업을 약진(leapfrog)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판단했다.

테슬라가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려고 하던 2010년대 중반만 해도—이미 유럽, 미국, 일본, 한국으로 굳건하게 형성된 ICE(내연기관)차 산업과 달리—전기차는 테슬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이 비슷한 수준에 머물던 시점이었다. 당장 테슬라가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탄소배출권으로 돈을 벌게 되면 그 돈을 내야 하는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보겠지만, 전기차 기술이 뒤처진 중국에서 테슬라의 존재는 산업을 깨우는 메기 효과(catfish effect)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중국 정부의 예상은 적중했다.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 (이미지 출처: Energy-Storage.News)

물론 머스크의 입장에서도 크게 성공적인 결정이었다. 전 세계로 수출하는 테슬라 중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육박하고, 테슬라가 매년 내는 이윤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나온다. 테슬라가 설립 이후로 처음으로 흑자를 낸 것은 팬데믹 기간 동안이었다. 당시 오랫동안 문을 닫아야 했던 미국 공장과 달리, 상하이의 테슬라 공장은 문을 닫은 지 단 2주 만에 생산을 재개했고, 이것이 테슬라가 흑자로 돌아서게 된 결정적인 순간이었을 뿐 아니라, 테슬라의 주가를 치솟게 하면서 머스크를 세계 1위의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머스크와 중국 정계

미국에서 일론 머스크가 중국 정부와 지나치게 가깝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여기에는 우연도 한몫했다. 머스크가 상하이에 공장을 추진하던 당시 상하이시의 최고 권력자였던 시위원회 서기가 지금의 중국의 총리인 리창(李强)이기 때문이다. 당시 상하이에 테슬라 공장을 유치하려고 애쓰던 리창은 국영은행을 통해 테슬라에 저금리의 융자를 제공했는데, 이 과정에서 고위직 관료가 반대했을 만큼 특혜였다고 한다. 리창은 그 시절에 머스크와 맺은 관계를 지금도 단단하게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테슬라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저금리 융자 제공과 탄소배출권 도입 외에도 소유권 관련 지분 제한까지 폐지했다. '베이징 현대,' '상하이 폭스바겐' 같은 이름으로 유명한 기존의 제도는 1994년에 도입된 것으로, 해외 자동차 제조사가 중국에 진출하려면 중국 현지 기업과 50:50으로 합작 투자를 하도록 했는데, 테슬라의 요구로 이를 폐지한 것이다. 따라서 테슬라는 중국에서 100% 해외 기업 소유의 자동차 제조사가 되었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보는 이득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머스크가 미국 노동자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하는 건 상하이 공장의 노동자들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필요할 때는 자신도 공장에서 잠을 자면서 일한다고 자랑하는 머스크는—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의 역설이지만—노동자 보호 규제가 취약하고 (진정한 의미의) 노조가 없는 중국 노동자들의 생산력을 높이 평가한다.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에서는 팬데믹 기간에도 노동자들이 하루 12시간씩 6일을 연속으로 일하고 하루를 쉬는 노동시간을 고수했다.

아침 9시에 일을 시작해서 밤 9시에 끝나고, 일주일에 6일을 일한다고 해서 중국에서는 "996工作制(공작제)"라고 불리는 이 노동시간제는 중국의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채택한 방식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많은 비판에 직면해 이런 노동관행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근절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서기 시절의 리창과 일론 머스크 (이미지 출처: 上海市经济和信息化委员会)

지난해 테슬라 공장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당국의 조사 결과 안전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기사에 따르면 그 사실을 밝힌 보고서는 온라인에서 사라져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봐주기"와 특혜에는 반대급부가 따르게 마련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머스크의 재산은 중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긴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두 번째 기업인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를 두고 미국 국방부와 계약 관계에 있고, 여기에는 민감한 정보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머스크는 두 기업은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머스크는 두 기업 모두의 CEO를 겸하고 있다.

더 심각한 신호는 그가 중국의 지도자들을 추켜세우며 지정학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때로는 미국 정부의 견해에 반대하면서까지—중국의 편을 드는 일이다. 지난여름에 머스크를 만난 미국의 하원의원들은 그가 자기는 "친중국에 가깝다(kind of pro-China)"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한다.

중국의 위협

중국을 걱정하는 것은 미국 정부만이 아니다. 머스크는 중국 기업들의 약진을 걱정하고 있다. 테슬라가 중국 내에서 메기 효과를 낼 것을 기대했던 중국 정부는 중국 전기차 업계의 성장을 보며 기뻐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위협을 받는 것은 그 어느 기업보다 테슬라다. 세계의 다른 자동차 기업들은 엔진 자동차에서 전기차로의 이행을 버거워하면서도 당장 엔진 자동차에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오로지 전기차만을 생산하는 테슬라에게 중국 전기차의 폭풍 성장은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테슬라가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결과로 인한 부산물이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부품, 특히 배터리를 공급받으면서 중국 내 전기차 부품업체들을 키웠고, 상하이 공장에서 많은 중국 엔지니어들이 테슬라의 생산공정을 배웠다. 이들이 중국 기업에 들어가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몸집이 커진 중국의 부품업체들과 손을 잡은 결과가 지금 전 세계가 목격하는 BYD 같은 기업들의 활약이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가 중국과 손을 잡으면서 관련 당사자들은 모두 이익을 봤다고 할 수 있다. 테슬라는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고, 중국은 자국의 전기차 산업을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전기차가 많이 보급되면서 환경주의자들이 원했던 엔진 자동차 퇴출이 점점 더 현실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일론 머스크가 갈수록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고, 그 사실이 러시아와 중국을 축으로 하는 국제정치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욕타임즈의 기사는 지난해 말, 머스크가 시진핑과 악수하는 사진을 소개하며 끝을 맺는다. 머스크가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Weibo) 직접 올린 포스트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