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의 비디오 섹션에 가면 데이비드 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상들이 몇 개 있다. 그중에서도 'The Night of the Gun'이라는 제목의 영상(여기에서도 볼 수 있다)은 그가 같은 제목의 책에서 한 이야기인 동시에, 그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하는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 그는 (앞의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20년 전에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을 찾아가 자신의 희미한 옛 모습을 재구성하던 중에 깜짝 놀랄 일을 알게 된 이야기를 한다.

그는 젊은 시절, 친구 도널드와 술과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싸웠던 일을 회상한다. 둘은 함께 들어갔던 술집에서 나오며 싸웠고, 도널드가 자기를 버리고 차를 몰고 가버리자 화가 난 카는 그의 집에 찾아간다. 카의 말에 따르면 그는 잠긴 문을 걷어차며 들어가려고 했고, 도널드는 그런 카를 막다가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집에 갖고 있던 총을 꺼내어 카에게 겨눴다. 거기까지가 그의 기억이다. 아무리 술과 마약에 찌들어 기억이 희미하다고 해도 "친구가 내게 총을 겨눈 일은 기억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과연 그럴까?

(이미지 출처: Salon)

카는 20년 만에 도널드를 찾아가 그때의 일을 이야기했다. 도널드는 카가 기억하는 그날 밤(=the night of the gun)의 일은 하나만 빼고 다 맞다고 했다. 자기가 총을 꺼내어 카에게 겨눈 게 아니라, 카가 총을 꺼내어 자기에게 겨눴다는 거다. 이 말을 들은 카는 동의할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술과 마약을 많이 하며 엉망으로 살았어도 총에는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주장을 꺾는 일이 일어났다. 도널드와 만난 지 1년 후, 다른 친구 크리스(아랫글에 등장한다)를 만났는데, 이 친구는 당시 카에게서 그의 집에서—경찰의 수색을 받게 되면—문제가 될 만한 물건들을 치워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서, 그중에는 권총도 있었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희미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맞다, 그때 나한테 총이 있었지...'

"(그렇게 절대 없다고 확신했던) 총에 대한 기억이 잘못되었다면, 또 무슨 일을 그렇게 잘못 기억하고 있을까?" 그에게 찾아든 의문이었다.

자, 이제 이야기를 계속하자.


출산일까지 아직 많이 남은 상태에서 애나의 양수가 터졌다. 나는 애나와 함께 거실에 있었고, 내가 크랙 코카인 파이프를 애나에게 건네주려는 찰나에 생긴 일이다. (훗날 애나는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애나의 기억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기억한다.) 그때 애나는 이제 막 임신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우리는 아기를 낳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영아살해를 하고 있었던 걸까? 애나의 다리 밑에 고인 양수가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건지 똑똑히 봐.'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데이비드 카의 사회복지 카드, 6개월 된 쌍둥이, 아이들의 엄마이자 카의 여자 친구였던 애나, 중독 치료를 받기 위해 들어간 에덴 하우스에서의 카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 Times)

"아저씨, 그 애기들 어디서 얻은 거예요??"

1988년 5월 어느날, 내가 쌍둥이를 한 팔에 하나씩 안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들려온 말이다. 고개를 돌려 보니 여덟 살 정도 된 아이가 내게 한 말이었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저렇게 어린애 눈에도 내가 아빠로 보이지 않는구나.'

예정일보다 2달 반 일찍 나온 두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에 한 달 동안 머물러 있어야 했다. 메이건과 에린은 각각 2.5파운드(1.13kg), 2.9파운드(1.32kg)의 체중으로 태어났고, 키는 15인치(38cm)를 조금 넘었다. 20년 후에 요청해서 받아낸 진료 기록에 따르면 두 아이 중 에린은 "아무 때나 이유 없이 울음을 터뜨리고, 울음이 그치면 심장 박동수가 떨어졌고, 숨소리도 힘들어짐. 출생 후 신생아에게 곧바로 삽관을 실시"했다고 한다. 메이건의 경우는 "1988년 4월 16일에 혈압과 동맥혈 가스를 측정하고 응급 약물을 전달하기 위해 카테터를 탯줄과 동맥, 정맥에 설치"했다고 적혀있다. 두 아이에게서 황달이 사라지자 각종 튜브를 삽입한 지점 주위에 작은 분홍색 반점들이 보였다.

마약에서 깨어나지 못한 정신으로 병원에서 두 아이를 바라보면서 아기들은 목욕을 시켜줘야 한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저렇게 작은 아기들을 어떻게 씻기지? 찻잔을 사용해야 하나? 우리는 아기들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지만, 쌍둥이는 여전히 심박계와 호흡 모니터링 장치를 달고 있었다. 이 기계들은 나와 애나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쌍둥이 중 하나가 몸을 틀거나 기침만 해도 경고음이 울렸다.

나는 최근 옛 친구 크리스(Chris)를 만나서 그때의 이야기를 했다. 크리스는 뉴올리언즈의 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고, 내가 아이들을 데려온 후에 벌어진 일을 직접 목격한 사람 중 하나다. "어느 겨울밤에 너한테서 전화를 받은 적이 있어. 너는 '기저귀가 다 떨어졌어, 기저귀가 없어'라면서, 경찰이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기저귀를 사러 갈 수 없다고 했지." 크리스는 말을 이었다. "너와 애나가 약에 취해서 편집증에 빠져서 경찰이 감시 중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내가 편의점에 들러 기저귀와 우유 같은 걸 사 들고 갔지."

크리스는 그렇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왔지만, 다른 친구들은 아기를 위해서라도 신고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했던 듯하다. 쌍둥이의 의료 기록을 보면 관련 기관이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팀에서 1988년 4월 22일 헤네핀 카운티의 아동보호 서비스에 보낸 작성된 문서에는 "아기들의 부모는 자신들이 마약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약중독자 모임에 참석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면서 아기들이 마약이 없는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약을 복용한 기간이 길기 때문에 누군가 개입하지 않고는 가능할 거 같지 않다"라고 적혀있다.

(이미지 출처: 구글 지도)

나는 미니애폴리스의 웨스트 32번가와 가필드 애비뉴가 만나는 코너에 있는 두 가로등 사이의 어두운 지점을 지금도 기억한다. 차를 세워두기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내가 몰던 승용차는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낡은 쉐보레 노바(Nova)였다. 나를 불쌍하게 생각한 나의 형 짐(Jim)이 사준 차였다. 나는 그 어두운 구석에 차를 세웠다. 차가 요란하게 떨리며 엔진이 꺼졌다.

백미러를 보니 뒷좌석에서 자고 있는 쌍둥이가 눈에 들어왔다. 어두움에 내 눈이 적응하는 동안 아이들이 쓰고 있는 후드가 좌석을 배경으로 보였다. 그렇게 작고 작은 아기들은 방한복에 파묻혀 있었다. 이렇게 추운 날 이런 데 있으면 안 되는 거였지만, 코카인이 다 떨어진 나는 급했고, 어쩔 수 없이 케니(Kenny)에게 연락하고 찾아온 것이다. 애나는 외출한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아기들을 집 안에 두고 나올 수는 없었다. 그럼 집에 있어야 하겠지만, 나는 코카인 없이 집에 있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애나를 제외한 가족이 겨울밤에 외출해서 마약 복용자들이 모이는 장소 앞에 와서 차를 세운 것이다.

어두운 길에 세운 차 안에서 중독자의 계산이 시작되었다. 코카인을 사러 저 집에 들어가면 5분, 아무리 길게 머물러도 10분이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쌍둥이들은 잠이 들어 있을 것이고, 그 아이들의 꿈에 등장하는 아빠는 마약을 파는 집이 아닌, 놀이터 앞에 차를 세우는 좋은 사람일 거였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코카인 중독이 심한 사람들은 보통 두 명이 쌍을 이루어서 약을 주사한다. 과다복용으로 죽을 수 있는 치사량 바로 직전까지 가되, 정말로 죽는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한 사람이 대량의 코카인을 다른 사람의 팔에 주사기로 서서히 밀어 넣어줘야 한다. 그럼 주사를 맞는 사람은 자기 혈관과 신경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느낌을 살피면서 주사기를 쥔 사람에게 지시한다. "지금 어때? 기분 좋아?" "응. 아니... 으음... 아, 너무 좋아."

케니는 마약 딜러 중에서도 말을 참 잘했다. 그는 경찰이 우리를 감시하고 있고, 언젠가는 들이닥쳐 잡아갈 거라는 말을 항상 했는데, 그런 그의 이야기 때문에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밤 나는 혼자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쌍둥이를 이 집에 데리고 들어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심각한 마약 중독자라도 어린 아기들을 안고 오는 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침울한 상태로 운전석에 앉아 고민에 빠졌다. 시동이 꺼진 차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 식으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아기들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아니라도 신이 아이들을 보살펴 줄 것 같았다.

나는 밖으로 나와 차의 문을 잠그고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중독자들이 모인 집에 들어서자 나는 딴 사람으로 변했다. 쌍둥이의 아빠가 아니라 그곳에 있는 여느 마약 중독자와 다름없는 중독자였다. 시간이 얼마 지났고, 나는 완전히 약에 취했다.


마지막 편, '중독자의 시간 ④'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