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조선일보 '박상현의 디지털 읽기'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이달 초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 기업인 메타(페이스북)의 주식이 곤두박질쳤다. 하루 만에 기업의 시가총액 300조원이 사라진, 미국 기업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스마트폰 앱이 개인정보를 추적하는 걸 어렵게 만든 애플의 조치가 페이스북의 매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메타의 플랫폼들이 강력한 적수를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CEO 마크 저커버그가 시인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메타의 매출 감소보다는 활성 사용자 감소에 충격을 받았다. 주가는 당장의 실적보다는 성장 가능성에 기반해서 유지된다. 따라서 한 번도 성장을 멈춘 적 없는 페이스북의 사용자가 아무리 소폭이라도 떨어졌다는 사실이 ‘앞으로는 내리막길 아니냐’라는 불안감을 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소셜미디어에서 보내고 있지만 그 장소가 메타의 플랫폼이 아니라는 사실에 투자자들이 실망한 것이다.

경쟁자는 틱톡(TikTok)이다. 저커버그는 경쟁 앱들이 늘어났음을 투자자들에게 시인하면서 특히 틱톡이 “매우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말했고, 직원들에게도 틱톡이 “전례 없는” 경쟁자라고 이야기했다.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2018년에 선보인 틱톡은 짧은 동영상으로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20대의 눈을 사로잡았다. 당시에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앞으로 짧은 동영상이 인기를 끌 것을 몰랐던 것도 아니다. 다들 다양한 형태로 시도를 해왔지만 아무도 틱톡만큼의 완벽한 성공 공식, 혹은 알고리즘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뿐이다.

틱톡은 2010년대 중반에 인기를 끌었던 립싱크 동영상 앱 ‘뮤지컬리’를 인수해서 만들어낸 앱이니 만큼 등장 직후부터 ‘음악 발견’ 앱으로 주목을 받았다. 앱에 탑재된 바이럴 알고리즘이 너무나 막강해서 아무도 모르는 무명 가수의 노래가 사용자들의 댄스 동작과 함께 하루 이틀 만에 폭발적으로 공유가 되면서 주류 팝 음악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틱톡에서 발견한 새로운 노래를 자신이 사용하는 뮤직 스트리밍 앱에서 검색해서 듣고 있었고, 그 결과 틱톡에서 인기 있는 곡이 빌보드 톱 100, 스포티파이 바이럴 50에 입성한다.

이를 본 가수와 음반사들은 과거에 사용하던 음악 마케팅 방법을 바꿔 틱톡에서 인기를 끄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새로운 곡을 만들면 틱톡에 퍼뜨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틱톡에서 인기 있을 요소들로 짧은 소절을 만들어 틱톡에서 테스트를 하는 식이다. 유니버설과 같은 대형 음반사들은 아예 틱톡과 계약을 맺고 틱톡에서 띄우고 스트리밍으로 돈을 버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nbcolympics Small but mighty: the Olympic Mini Mic🎤 @shaunwhite @maddie_mastro @tessa maud @Jenise Spiteri #winterolympics #olympics ♬ original sound - NBCOlympics

하지만 이제 틱톡은 단순히 음악과 댄스 영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10~20대는 틱톡에서 뉴스를 본다는 말이 나올 만큼 바이럴 밈(meme)과 뉴스, 사회적 메시지까지를 모두 망라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그러니 음악이 아닌 다른 산업들도 틱톡이라는 ‘바이럴 마케팅 머신’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틱톡은 현재 미국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가장 뜨거운 마케팅 키워드로 떠올랐다.

마케터들이 틱톡에 열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용자들이 구매자로 전환되는 속도 때문이다. 사람들은 앱에서 다른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홍보하는 제품을 (틱톡의 알고리즘에 의해) 집중적으로 지켜보고는 ‘나도 사야겠다’고 결정하고 주문해서 사용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틱톡에 올리면 또 다른 사용자들이 보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과거 마케팅에서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처음 인지할 때부터 제품을 구매하고 주위에 입소문을 낼 때까지의 5단계를 정성껏 관리해야 한다는 ‘깔때기(funnel) 이론’이 하나의 상식이었는데 틱톡에서는 제품의 인지 후 구매와 자발적 홍보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마케팅의 상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 바이럴 마케팅이 없었던 게 아니다. 하지만 소셜에서 홍보물이 인기를 끌어 구매를 촉진하는 것으로 끝나던 바이럴 마케팅이 틱톡에서는 모든 사용자를 마케터로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 여기에 틱톡의 위력이 있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광고를 보고 물건을 사면 자신이 기업의 홍보에 ‘넘어갔다’고 생각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일반 사용자들이 올린 사용기나 추천을 보면 ‘발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품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훨씬 더 크다고 마케팅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음악 발견 앱으로 인기를 끈 틱톡이 상품 발견 앱으로 진화하게 된 비결이 여기에 있다.

이런 바이럴 마케팅은 특히 마케팅 비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훌륭한 무기가 된다. 틱톡의 인기 해시태그인 #tiktokmademebuyit(틱톡이 사게 했어요)를 달고 등장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이름 없는 기업이 만들고 온라인 매장에서만 파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 추세는 패션업에도 영향을 줘서 과거에는 온라인 매장에서 파는 브랜드 없는 옷은 거들떠 보지도 않던 미국의 십대들이 아마존에서 저가 의류를 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결과가 모두 좋은 건 아니다. 틱톡이 음악의 감상을 짧은 소절의 반복적인 소비로 바꾸고 있는 것처럼, 많은 제품들이 소비자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저 남들을 따라 제품을 사서 영상을 만들고, 아직 인기일 때 빨리 바이럴에 올라타려는 목적으로 구매된다. 촬영용으로 한 번 입거나 사용한 후에는 결국 쓰레기통에 들어가면서 자원 낭비와 환경문제를 낳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