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zombie)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좀비가 창궐하는 세상, 인류 문명이 파괴된 미래 세상(아포칼립스)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들이 상당히 철저하게 따르는 규칙이 있다. 이런 콘텐츠는 예외없이 폭력물—게다가 신체가 훼손되는 상당한 고어(gore) 장르—이라서,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관객은 같은 폭력이라도 악당에게 가해질 때 편안하게, 혹은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과 악을 가르는 선을 어디에 긋느냐다. 좀비 콘텐츠가 따르는 규칙이 여기에서 나온다.
시작할 때는 아주 단순하다. 전염병에 걸린 좀비는 악이고, 건강한 사람은 선이다. 사람들은 좀비를 피해 달아나고, 만나면 인정사정 보지 않고 죽인다. 끔찍하지만 관객은 도덕적 불편함은 느끼지 않는다. 선과 악을 가르는 선이 분명할 때만 얻을 수 있는 효과다. 두 시간 안에 끝나는 극장용 영화라면 이런 구분만으로도 이야기를 충분히 끌고 갈 수 있다.

이미지 출처: Linke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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