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지만, 2023년은 "바벤하이머"의 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극장가"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 침체했던 영화계에 큰 희망을 불어넣어 준 영화가 '바비(Barbie)'와 '오펜하이머(Oppenheimer)'였다. 이 두 영화가 영화인들에게 희망이 된 이유는 이들이 단순히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프랜차이즈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극장 수입 1위였던 '바비'와 3위였던 '오펜하이머' 사이에는 2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있었고, 4위부터 9위까지는 모조리 프랜차이즈 영화들이었다.)

크게 히트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후속편이 극장 스크린을 장악하는 오래된 관행을 깨고, 완전히 새로운 두 작품이, 그것도 스크린 확보가 어렵다는 여름에 등장해서 좋은 성적을 낸 건 대단한 일이었다. 영화인과 영화 팬들 모두 "바벤하이머"의 성공에 크게 고무되었다. 이제 슈퍼 히어로물이 아닌, 진정한 '작품'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었다.

2023년 여름 극장가는 "바벤하이머"가 견인했다. (이미지 출처: Sal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