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의 인준을 받아 대법관으로 임명된 데이비드 수터는 첫해에는 보수적인 판결을 내놓으며 공화당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인디애나주에서 누드 댄싱을 금지한 것을 합헌으로 판결한 것이다(Barnes v. Glen Theatre, Inc.). 연방 대법원은 인디애나주의 결정이 발언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수터는 이에 동의하는 의견을 낸 것이다.

하지만 첫 회기를 보내고 여름이 되자 수터 대법관은 정신적으로 몹시 지친 듯했다. 그는 동료인 해리 블랙먼(Harry Blackmun) 대법관에게 그동안 자기에게 일어난 일들 때문에 앞으로 되도록 혼자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그의 전기를 쓴 틴즐리 야브로우는 수터가 임명되는 과정에서부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고 해석한다.

그런데 왜 하필 블랙먼에게 그런 얘기를 했을까? 수터는 대법원 첫 해 동안 블랙먼 대법관과 개인적으로 가까워졌는데, 여기에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