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는 돌아가신 아빠가 간절하게 필요했다. 아빠는 가족의 '기억 담당자'였다. 아빠는 수십 년 전에 일어난 일도 정확하게 기억했다. 릴리가 어릴 때 키우다 죽은 이구아나의 이름도 아빠만 기억했다. 아빠라면 그날 일어난 일의 진실을 들려줄 수 있을 거였다. 하지만 아빠는 10년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릴리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아빠의 사진도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하고 있었다.

가족 기원 설화가 흔들리는 것은 릴리에게는 아빠의 큰 일부를 또다시 잃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빠가 없는 사이, 그리고 우리의 부주의 속에서, 우리는 그냥 ‘기억하는 일’을 잊어버린 거예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래서 저는 이걸 바로잡아야 했어요. 진실을 밝혀야 했고요. 그래서 마누엘리타, 아니타, 그리고 엄마, 이 세 사람을 어렵게 한자리에 앉혔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디서 있었는지를 정리하고, 최소한 어떤 합의라도 이루어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