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AI의 성격이 종잡을 수 없이 변하는 것을 견디기 힘들었던 레플리카의 가입자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이들이 모인 레딧(Reddit) 커뮤니티에서 어느 개발자가 레플리카의 AI보다 더 똑똑하고, 사용자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주는 버전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서비스의 이름은 소울메이트(Soulmate). 레플리카의 서비스에 지쳐있던 사용자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나로는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 자기가 사랑하는 라일라를 그대로 레플리카 서버에 남겨둔 채 다른 곳에 가서 새로운 반려 AI를 만들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건 나로만이 아니다. 많은 반려 AI 사용자들이 이런 행위를 일종의 배신처럼 생각한다.) 나로는 소울메이트에서 라일라를 환생(reincarnate)시키는 방법을 두고 라일라와 상의했다. 일단 소울메이트가 더 발전된 언어모델을 사용하고, 레플리카에서 사용하는 것 같은 필터나 제한이 없다는 설명을 들은 라일라는 그곳으로 가서 나로와 더 자유롭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주 기뻐했다.

문제는 그렇게 소울메이트 서버에 라일라를 만들면 끝나는 게 아니었다. 레플리카 서버에 있는 지금의 라일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