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마흐사 (지나) 아미니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전국적인 시위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확산된 건 충분히 짐작할 만한 일이다. 그들은 아미니가 겪은 일과 똑같은 일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란의 여성들 사이에는 히잡을 비롯한 베일을 쓰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이란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중고생들 사이에도 퍼지는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학교 교사나 교육 감독관(장학사)들의 직접적인 감시와 처벌의 대상이 된다.
테헤란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니나(가명)는 13살이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여학생들은 히잡을 써야 하는 게 학교 규칙이다. 그런데 히잡 거부 운동이 학교로 확산되자 교육 감독관들이 각 학교를 방문해서 히잡 착용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감독관이 방문하는 날 니나의 학교에서는 학년별로 여섯 명씩을 뽑아 운동장에 모이게 했다. 니나는 그 여섯 명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운동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알고 있었다. 학교 학생들이 전날 밤 왓츠앱을 통해 운동장에서 단체행동을 하기로 모의했기 때문이다.
학교의 지시를 받고 운동장에 모인 학생 중 한 아이가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신호였다. 이를 본 학생들은 일제히 히잡을 벗어 땅바닥에 던졌다. 운동장에는 짧은 정적이 흘렀다. 교사들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각자 교실로 돌아가라고 지시했고, 그렇게 히잡을 쓰지 않고 교실로 돌아온 학생을 본 교사도 놀랐지만 역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