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그 친구 ②
• 댓글 2개 보기토미 로프터스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사용자(WaynesCrew610)에 따르면 토미는 2014년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왜 그렇게 젊은 나이에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친구라는 사람이 올린 추모 포스터가 너무 이상했다. 사진 속 인물은 토미가 맞는 것 같지만, 아무리 젊은 사람의 추모 포스터라고 해도 저렇게 장난스러운 사진으로 만들까? 그것도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사진으로? 이게 팟캐스트 제작진의 의문이었고, 아무래도 토미가 죽었다는 건 친구들의 장난(hoax)인 것 같다는 의심이 들었다.
제작진은 토미의 친구들로 확인된 몇몇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어 사망 여부를 확인했다. 그중 하나인 탠지에게서는 "토미는 죽었어요. 그걸로 부족합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토미 로프터스의 사연을 확인하려는 팟캐스트 제작진 내부에서 의견이 갈렸다. 친구들이 그런 걸로 장난을 칠까 싶었지만, 아무리 기록을 뒤져도 토미 로프터스라는 이름으로 나온 부고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걸렸다. 결국 직접 찾아가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토미의 친구 중 하나인 빌 위넌스(Bill Winans)가 펜실베이니아주 어퍼다비(Upper Darby, 델라웨어 카운티에 있는 소도시)에 있는 어느 펍에서 바텐터로 일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제작진은 그에게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뉴욕에서 운전해 펜실베이니아의 소도시에 도착한 이들은 펍에 들어가 빌 위넌스을 찾았다. 펍 주방에서 나온 빌에게 자신들을 소개한 후 찾아온 이유를 말하자, 빌은 한두 시간 후에 다시 오면 이 일과 관련된 친구들을 모두 불러서 함께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제작진은 친구들이 함께 나온다는 말에 혹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걱정도 되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그들을 만나 봐야 했다.
그렇게 만난 토미의 친구들은 바텐더인 빌과 성난 이메일 답장을 보냈던 탠지, 그리고 이름을 밝히기 꺼리는 세 번째 인물까지 세 명이었다. 이들은 WaynesCrew610라는 계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토미의 죽음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이 세 명이 전한 말이었다.
이들은 제작진에게 함께 위스키를 마시자며, 대화의 녹음은 허락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화가 시작된 후로 30분 동안 토미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결국 제작진이 토미 얘기를 꺼내자 이들은 "도대체 사람들이 그 사진(토미가 두 명의 여성과 앉아 있던 사진)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며, "다들 자라면서 그런 파티하지 않았어요? 부모님이 집을 비우면 친구들 불러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며 여자애들이랑 같이 어울리고... 그게 뭐 대단하다고 이 난리를 떠는 거예요?"라고 반감을 드러냈다. 왜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느냐는 불만이었다. 제작진은 그 사진이 특이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전형적인 모습이라서 좋아한 것이며,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토미의 친구들은 다른 얘기도 했다. 그 게시판에서 사람들은 사진에 등장한 자신들을 보고 멋대로 추측을 했는데, 그게 많은 경우 사실이었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세 번째 친구의 사진을 보고 사람들은 언젠가는 감옥에 한 번 갈 인물이라고 했는데, 그는 정말로 최근에 출옥했다고 했고, (앞의 글에서 언급한) 라이언 딜은 이 동네를 떠날 인물이라고 예측했는데 군에 입대했으니 사실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토미는?
"그 친구는 파티에서 친구들을 웃기기 위해서라면 메이플 시럽을 한 병 다 마시는 그런 성격이었다"라며, 사진 속 토미가 긴 머리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은 누가 가장 오랫동안 이발을 하지 않을 수 있느냐는 내기를 해서 기른 거라고 했다. 그냥 그렇게 재미로 멍청한 짓을 하는 게 토미의 성격이었다. 하지만 토미는 후에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그게 그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유라고 했다. 마약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더욱 약물에 의존하게 되었단다.
토미의 비극적인 사연을 들은 제작진은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어쨌거나 사연의 결말을 알았으니 이를 알려야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취재를 끝내기 위해 토미 로프터스의 가족들이 묻힌 공동묘지를 찾았다. 여기까지 온 이상 토미 묘지의 비석을 확인해야 했다.
그런데... 토미의 묘지를 찾을 수 없었다. 그가 묻혔다면 거기에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그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 친구들이 함께 거짓말을 했다는 걸까?
제작진은 그제야 토미의 친구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미심쩍었던 대목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선 처음 펍을 찾아가 빌 위넌스를 만났을 때, 빌의 표정이 이상했던 게 생각났다. 제작진이 토미 로프터스의 이름을 꺼내자 좌우를 살피더니 그의 얼굴에 미소가 살짝, 아주 살짝 스쳤던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나타났을 때는 아주 우울한 얼굴이었다.
또 하나는 제작진이 토미의 추모 포스터 속 문구를 얘기했을 때다. "항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항해해야 한다. 닻을 내리지 말고 항해하라. 표류하지 말고 항해하라"라는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의 말을 꺼내며 "저는 들어 본 적 없는 말인데, 그 문구는 왜 적은 거예요?"라고 묻자, 세 번째 친구가 "아, 토미는 열렬한 공화당원이었거든요"라고 대답했다. 루즈벨트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민주당 대통령일 뿐 아니라, 정부의 개입을 크게 늘려서 공화당 지지자들이 아주 싫어하는 인물 중 하나다. 앞뒤가 맞지 않는 대답이었다.
가장 이상했던 건 토미의 사망일이었다. 제작진이 토미가 언제 죽었냐고 묻자 한 친구가 13개월 전이라고 대답했다. 그럼 2014년 5월이었다. 추모 포스터에는 3월 12일이라고 적혀있었다. 친구가 세상을 떠난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바로 전 해에 일어난 일을 2개월씩이나 잘못 알고 있다고?
팟캐스트 제작진은 펍에서 만난 토미의 친구들이 했던 다른 말이 생각났다. 그들은 토미가 죽기 전에 그 동네의 페인트 매장에서 일했다고 했다. 제작진은 그 페인트 매장을 검색해 봤다가 그곳이 유튜브에 채널을 꽤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거기에 올라온 영상들을 살펴 보던 제작진의 눈에 '직원 소개(Meet Our Team)'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이 영상은 토미가 죽었다고 하는 시점보다 나중에 올라온 영상이다.
그리고 직원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 장면의 한쪽 구석에 토미가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이 영상은 여기에서 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 댓글을 보면 이 팟캐스트를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토미를 찾는 걸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토미는 살아있고, 친구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일지 모른다.
친구들의 말을 무시하기로 하고 다시 원점에서 토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기록을 뒤져 그가 살았던 예전 집을 찾아가 봤으나 이미 이사를 나간 후였고, 결국 토미가 일했던 페인트 매장을 찾아가서 토미 로프터스를 아느냐고 물었다. 직원들은 토미는 더 이상 그 매장에서 일하지 않는다면서 뜻밖의 제안을 했다. 원하면 토미의 전화번호를 알려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번호를 받은 제작진은 오랜 추적 끝에 살아있는 토미에게 전화를 걸었고, 비로소 그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보세요?"
제작진은 토미에게 자신들을 소개하고 전화를 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토미는 제작진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제 친구들이 장난을 쳤다고요?" 제작진은 사진 이야기를 들려줬지만, 토미는 무슨 사진을 얘기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토미도 친구들과 똑같이 제작진을 골탕 먹이려는 걸까?
아니었다. 토미는 정말로 지난 10년 동안 온라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결국 제작진은 문제의 사진 설명부터 해야 했다. 사진 속에 토미가 통이 넓은 청바지와 후터스 셔츠를 입고 있었고, 작은 침대에 두 명의 여성과 함께 앉아 있었다고 했지만, 토미는 사진을 기억하지 못했고, 사진이 대략 언제쯤 찍혔을지에 대한 감도 없었다.
"제가 사진에서 긴 머리를 하고 있었다고요? 그럼 아주 오래 전 얘기네..."
"머리를 기르셨을 때가 고등학교 시절인가요?"
"사진에서 제 머리가 길었다면 고등학교 때 이거나 졸업 후 1, 2년 후에 찍은 사진일 거예요."
"파티에서 사진 찍은 거 기억나지 않으세요?"
"아뇨. 그즈음에 제가 그런 파티에 많이 다녀서..."
제작진은 온라인 게시판 이야기를 들려줬다. 토미는 그제야 "아! 예전에 친구들이 그 게시판을 제게 보여준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사진 속의 제게 '웨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그 이후로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라고 대답했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사진 속 인물이 누군지 확인하려고 혈안이 된 적이 있었다고 했지만 그것도 물론 모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토미 로프터스의 행방을 인터넷에서 전혀 찾을 수 없었던 이유가 그거였다. 토미는 인터넷에 관심이 없었다.
토미의 친구들이 기자들에게 토미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도 그의 사생활을 보호하려고 그랬던 게 아니라, 그냥 재미로 그랬던 거였다. 추모 포스터도 물론 장난이었다. 하지만 토미의 성격만은 친구들이 말한, 혹은 게시판에서 사람들이 추측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친구들이 자기가 죽었다고 몰래 거짓말을 했지만, 기자들을 통해 그걸 알게 된 토미의 반응은 "하하, 재밌네요"가 전부였다. 친구들이 "토미는 사람들을 웃기려고 메이플 시럽 한 통을 마시던 녀석"이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토미는 "한 통을 다 마신 건 아니지만, 제가 그런 애였던 건 맞아요"라고 했다.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파티에만 가면 그런 장난을 했죠." 하지만 토미는 오래지 않아 그 장난을 멈추고, 생활 태도를 바꿨다고 한다. 거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몇 년 후 교통사고로 죽을 뻔했다는 거다. 빗길을 달리다가 급정거를 했는데 차가 멈추지 않고 계속 미끄러져 앞에 서 있던 버스 밑으로 끼어들어 갔단다. 그를 치료하던 의사는 토미의 키가 조금만 컸어도 목이 잘릴 뻔 한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 일 이후로 그는 삶에 우선순위가 생겼고, 다른 사람이 되었다. 체중도 줄이고, 긴 머리도 자르고, 더 이상 파티에 열심히 다니지도 않게 되었다. 지금 자기를 보면 사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거라고 했다.
그는 페인트 매장을 나와 직접 사업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다. 토미가 어색하게 침대에 앉아 있던 그 사진은 술과 파티를 좋아하던 오래전 삶의 마지막 흔적이었을 뿐이다. 토미는 그걸 잊고 현실에서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지만, 인터넷에 사는 사람들은 그의 옛 흔적을 두고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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