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음식의 '맛'과 '향'을 구분 없이 사용한다. 가령 '치즈 맛이 나는 과자'라는 말에서 치즈 맛은 엄밀하게는 치즈 향을 얘기한다. 왜냐하면, 맛은 과학적으로 말해서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이렇게 5개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치즈는 다섯 개 안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존재하는 '맛'이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짠맛에 해당한다.

맛과 향이 다르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던 사람들 중에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괴로워했던 건 꽃내음이나 향수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 게 아니라,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커피는 그냥 뜨거운 물처럼 느껴지고, 고기는 고무를 씹는 것처럼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