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폭격은 네타냐후 총리의 부추김을 받은 트럼프의 결정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이번 공격을 통해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일정을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저지할 수 있게 되었고,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보호자'라는 자기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정치적인 생존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트럼프에게도 이란을 폭격할 이유는 있었다. 60일이라는 자의적인 시한을 정해둔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왜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는지, 그리고 폭격 이후 과연 협상이 진전될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지난 11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트럼프가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뉴욕의 부동산 재벌인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를 미국의 '중동 특사'로 임명해 이란과의 핵 협상을 이끌게 한 것은 트럼프가 중동 문제를 얼마나 단순하게 인식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와 함께 선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트럼프와 40년지기 친구일 뿐, 중동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경력을 갖고 있다. 이 기사에서도 설명하는 것처럼, 위트코프는 "부동산을 구매할 때 투자은행을 이용하면서 자기 자본은 거의 넣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한 사람이다. 자기 자본 없이 빌딩을 사고 돈을 버는 수완은 트럼프가 항상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에 못 할 것이 없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고, 그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지지자들을 설득한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기대와 달리, 위트코프는 이란을 압박,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서명한 협정을 쉽게 깨어버리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신이 컸던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위트코프가 이끄는 협상팀을 뒷받침할 만한 인재도 부족하다는 것이 언론의 평가다.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었던 일론 머스크가 지난 3월, 국무부의 규모를 줄이려고 마르코 루비오 장관과 언성을 높이며 싸웠던 일은 유명하다. 다른 많은 부서처럼 국무부도 인재를 많이 잃었는데, 뛰어난 인재들로 구성된 오바마의 협상팀이 20개월 걸린 협상을, 줄어든 협상팀으로 2개월에 끝내는 건 투자은행을 설득해서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일이다.

스스로 만든 궁지에 몰린 트럼프는 이란을 공격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카드였기 때문이다.

폭격 이후

그렇다면 트럼프가 무력을 동원할 수 있음을 확인한 이란은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까?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한 직후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미 국방정보국의 초기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폭격의 효과가 제한적이며, 이란은 수개월 내에 시설을 재가동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이란의 시설이 "완전 파괴되었다"고 주장한 트럼프의 말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이 내용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백악관에서는 "신뢰도가 낮은 초기 평가일 뿐"이라며, 이런 보고서가 유출된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첫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트럼프가 미국 정보국의 보고 내용과 다른 주장을 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란이 받은 피해의 규모는 논란거리가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나온 (이스라엘의 보고서를 포함한) 다양한 발표를 종합하면 이란의 핵시설은 크게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폭격 직후 이란이 큰 피해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과 유출된 보고서의 내용이 맞물려 폭격의 결과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흥미로운 것은 처음에는 미국의 폭격을 축소 평가했던 이란이 태도를 바꿔 핵 시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한 대목이다. 이란은 하메네이 정권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 피해를 축소했다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말로 그렇게 믿으면 2차, 3차 폭격도 가능하기 때문에 서둘러 핵시설이 파괴되었다고 정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제 폭격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폭격 이후에도 이란에 대한 폭격을 이어나갔고, 트럼프가 중재한 휴전으로 현재는 멈춘 상태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주권 국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없애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까지 유효한 것으로 증명된 방법은 두 가지, 협상을 통해 포기시키는 것정권 교체다. 이란과의 협상을 믿지 않는 네타냐후가 이란의 정권 교체를 끊임없이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동이나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해서 노벨 평화상을 받고 싶다고 공공연하게 말해 온 트럼프는 협상을 통해 이란의 핵 개발을 막으려 하지만, 이란이 협조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이란의 하메네이 정권이 폭탄 14발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줄까?

그래서인지, 트럼프는 폭격 후 이란의 정권 교체도 고려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압박을 통해 새로운 협정에 서명하게 하려는 트럼프로서는 당연한 수순이다. 최후의 수단이라고 외쳤던 카드를 써 버렸기 때문에 트럼프에게는 이제 새로운 최후의 수단 카드가 필요하다.

만약 트럼프가 정말로 정권 교체를 시도한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 트럼프는 하메네이가 “어디 숨어 있는지 알고 있다”며 다만 “아직 죽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이 보여준 정보력을 생각하면 트럼프의 위협은 빈말이 아닐 것 같다. 하지만 하메네이를 죽인다고 이란의 정권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말을 잘 듣는 다른 정권으로 교체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하메네이는 자신이 살해될 것을 우려해 자신을 이을 후계자 3명을 선택했다고 전해진다. 미국이 알카에다를 상대로 벌인 전쟁에서 목격한 것처럼, 당장 지도자를 죽인다고 조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후계자는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다. 진정한 정권 교체는 하메네이가 이끄는 이란의 '이슬람 공화국' 정권을 대체할 새로운 세력, 바라기는 민주주의적이고 세속적인 정권이 들어서는 것이다.

그럼 바람이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니다. 이란 국민의 하메네이 정권 지지율은 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이란의 지도부와 국민 사이의 관계는 1979년, 이슬람 혁명이 팔레비 왕조를 몰아낸 이후로 최악의 상황이다.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눈에 이스라엘의 공격은 하메네이 정권의 무능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기습적으로 이란을 공격했지만, 사실 네타냐후는 이란 공격 의사를 아주 분명하게 밝혔다. 전 세계가 알고 있는데도 이란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란이 미사일을 쏘면 이스라엘에 대국민 경보가 울리지만, 이란 국민은 공습경보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이란 장성들이 사는 아파트 건물 전체가 아니라, 특정 호수를 정확하게 공격했다는 것은 이스라엘의 첩보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란 내부에 그런 정보를, 그것도 대량으로 제공할 만큼 현 정권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기 나라의 장군들이 죽었는데 이란의 많은 젊은이들이 "이란 인민의 적들이 죽었다"고 환호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서는 이런 정서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여론의 변화는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을 홍보하는 TV 방송국이 주변국의 폭격으로 파괴되는 것을 봤다면 여론은 어떻게 변할까? 항상 그렇듯, 외부의 공격은 내부의 단결을 부를 수 있다. 무능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미국이 9/11 테러를 겪었기 때문이다. 무역센터가 무너지고, 국방부까지 공격당할 정도로 안보에 실패했음에도, 미국인들은 대통령을 비판하기보다는 그를 중심으로 단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의 정권 교체를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지도자를 사살하는 소위 '참수작전' 계획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 이유는, 김정은이 사라진 자리를 어떤 사람이 차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이란 내의 민주주의 세력, 아니 적어도 하메네이보다는 훨씬 더 온건하고 서방 세계에 협조적인 세력이 힘을 키워 정권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순간, 권력을 잡는 것이다. 이게 2차 대전 후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 같은 곳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 이후에 등장한 전쟁에서 같은 성공을 반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뭘 했는지,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게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눈부신 군사적 성공이었습니다!"

이슬람 공화국의 오랜 지배 끝에 이란에는 수권 능력이 있는 정치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는 많이 일어나도 뚜렷한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하메네이는 이들과 타협하기보다는 군부 내 강경주의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어주며 국민을 통제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네타냐후와 트럼프가 기대하는 정권 교체는 일어나기 힘들다.

미국 내에서 트럼프의 이란 폭격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최강대국으로서 미국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실패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현대사에서 여러 차례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를 궁지에 몰아넣은 트럼프는 결국 폭격을 선택했고, 이제는 정권 교체 위협 밖에는 압박 카드가 없다는 또 다른 궁지에 몰렸다.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하메네이를 제거할 수 있다. 아니, 그 뒤에 등장하는 후계자들도 모조리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나라에서 지도자를 제거하는 건 문제를 크게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

미국이 이라크에 남기고 떠난 군용차량에 올라탄 테러단체 IS 전투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