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지난 일요일(22일), 미국의 B-2 전략 폭격기를 동원해 이란의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에 있는 핵시설을 폭격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이란이 협상에 응할 시간을 2주 더 주겠다고 했지만, 자기가 한 말을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폭격한 것이다. 폭격 직후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언론에서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했다"고 전했지만, 미국 정부에서는 이번 폭격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제한된 작전—작전명: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작전에는 7대의 B-2 폭격기가 동원되어 '벙커 버스터' 폭탄을 떨어뜨렸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폭격기들을 보호하기 위한 F-22, F-35 전투기와 공중급유기를 포함해 총 125대의 비행기가 동원되었다. 아라비아해에 있던 미 해군 잠수함에서도 핵시설 두 곳을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한 것까지 고려하면 이번 작전의 규모는 상당하다.

'한밤의 망치' 작전에 동원된 무기들

우리는 전쟁을 시작하면서 이를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축소해 부르는 것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목격한 적이 있다. 러시아 같은 독재국가에서도 여론을 의식해 전쟁을 전쟁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미국에서는 훨씬 더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전쟁은 의회의 승인을 거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전쟁을 시작한 2003년의 이라크 전쟁의 경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을 얻기 위해 무척 공을 들였다.

이번 작전이 본격적인 전쟁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의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폭격이 그 목표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2011년 오바마 행정부가 9/11 테러를 총지휘한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넵튠 스피어 작전'(Operation Neptune Spear)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부의 주장과 상관없이 일부 언론과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가 의회의 허락 없이 전쟁을 개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사마 빈 라덴의 경우 국가가 아닌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우두머리였고, 당시만 해도 알카에다는 사실상 궤멸된 조직이었다. 어느 의원도 그 작전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전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란에 대한 공격은 다르다. 엄연한 주권국이고, 반격할 것이 분명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미국 소셜미디어에서는 '한밤의 망치' 작전을 1941년 진주만 공격에 빗대는 이야기가 돌아다닌다. 제국주의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이는 전쟁의 개시가 아닌, 제한적인 군사작전'이라고 선언했다면 어땠을까? 반격할 능력을 가진 국가를 공격하면서 "제한적인 공격"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전쟁인지 아닌지는, 습격당한 나라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이 진행 중이던 1969년, 베트콩이 은신한 곳으로 추정되는 캄보디아를 대대적으로 폭격하는 '메뉴 작전'(Operation Menu)을 진행했다.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에 놀란 미국 의회는 1973년에 결의안을 통과시켜 대통령이 미군을 "적대 행위 또는 적대 행위에 즉시 개입하게 될 것이 명백한 상황"에 들어가게 할 경우, 의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예일 대학교 법대의 우나 해서웨이(Oona A. Hathaway) 교수는 오늘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의 결정이 이를 위반한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폭탄을 투하하는 미국 폭격기. 미국은 이 작전을 비롯한 폭격으로 수십만 명의 캄보디아 민간인을 죽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폭격 직후 이란이 반격하면 더 무서운 공격이 기다리고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이란은 이미 중동 지역에 있는 미국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카타르에 있는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는 약 1만 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는 중동 최대의 기지인데, 이란은 이곳을 향해 14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의 미사일은 모두 카타르와 미군의 요격 미사일로 무력화되었고, 미군이나 민간인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이미 지난주 이란의 공격에 대비해서 이곳에 배치된 군용기를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킨 상태였다. 이 사실은 이미 3일 전에 언론에 보도가 되었을 만큼 잘 알려졌고, 카타르와 미국의 방공 능력으로 이란의 미사일을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이란이 모를 리 없다.

카타르 도하 상공으로 날아오는 이란의 미사일과 이를 요격하는 카타르의 미사일 (왼쪽). 미국은 이란의 공격에 대비해 중동 지역 미군 기지에 있던 군용기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 오른쪽)

그럼에도 미사일을 쏜 것은 형식적인 반격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있다. 공격 효과는 없지만 정권 차원에서 체면을 지키려는 정도의 제스처로 이해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이를 크게 문제 삼지는 않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국에 통보했다며, 이란이 "예상했던 대로 약한 대응을 했다"고 평가했다. 국립외교원의 인남식 교수도 설명한 것처럼, 이란은 그냥 당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상호 보복의 틀에 따른 대응"을 한 적이 몇 번 있다. 트럼프 1기 때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암살했을 때 그렇게 형식적인 대응에 그쳤고, 2024년 4월과 10월 이스라엘이 공격했을 때도 이란은 대대적인 보복을 자제했다.

이란의 사정도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프록시인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대대적으로 공격해서 큰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이란으로서는 반격의 수단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미국에 이란 핵시설 폭격을 끈질기게 요청해 온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는 트럼프에게 하마스, 헤즈볼라 세력이 맥을 못 추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금 나온 트럼프의 발표에 따르면, 이란과 이스라엘은 12시간 후에 휴전에 들어가기로 합의했고, 24시간 후에는 지난 12일 동안 이어진 양국 간의 전쟁을 끝내기로 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무력으로 저지하기로 한 트럼프의 결정은 옳았다고 할 수 있을까?

원점으로 돌아가기

지난 3월 미국 국가정보국장 털시 개버드(Tulsi Gabbard)는 의회 청문회에 나와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2003년에 중단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재개하라는 명령을 아직 내리지 않았습니다." 개버드 국장은 이어서 이란이 개발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릴 거라고 증언했다.

그런데 지난주, 기자들에게서 비슷한 질문을 받은 트럼프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아주 가까이 다가섰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기자들이 개버드 국장의 발언과 다르다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기분이 상한 듯 "개버드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자기 말이 맞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국가정보국(NSA) 등 첩보기관을 총괄하는 장관급 책임자인 국가정보국장이 모르는 정보를 어디에서 받았을까?

아무도 모른다. 다만, 네타냐후는 트럼프에게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임박했다고 계속 강조해 왔기 때문에, 트럼프는 개버드가 받은 미국 정보기관의 결론보다 네타냐후에게서 들은 내용을 믿기로 한 것일 수 있다.

트럼프는 과거에도 자국의 정보기관이 전달한 내용을 무시하고 자기와 가까운 외국 지도자—푸틴—의 말을 믿는다고 한 적이 몇 번 있다. 자기가 전달한 정보가 트럼프의 신경을 건드렸음을 알게 된 개버드 국장은 곧바로 트럼프가 맞다며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개버드는 이번 '한밤의 망치' 작전 때 상황실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하지만 트럼프의 폭격 결정은 이란의 핵무기 완성이 임박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미국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하기로 결정한 2015년, 오바마는 오랜 노력 끝에 이란과의 핵협정(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맺었는데, 오바마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을 규합해서 지지세력을 만들고 있던 트럼프는 JCPOA가 형편없는 협정이라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란에게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게 트럼프의 주장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확하게 어떤 조항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얘기는 없었다. 미국의 힘을 사용해 이란을 압박하면 핵무기를 영원히 개발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을 뿐이다.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는 이듬해인 2018년, 오바마 행정부가 합의한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를 재개하면서 압력을 넣기 시작했고, 이에 분노한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즉, 트럼프가 이번 폭격으로 해결하려 한 '위기'는, 그가 2018년에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이란은 미국의 조건을 여전히 수용할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손쉬운 선택 ②'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