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스 길머 사건을 처음 취재했던 기자 매트 레이킨(Matt Lakin)에 따르면, 빈스는 당시 '내 머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My brain is not working right)'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레이킨은 살인 직후 전화와 대면 인터뷰로 빈스를 만났다. 그는 빈스에게서 "미친 사람"이라는 인상은 받지 않았지만, 약간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머리를 망치질하는 것처럼 앞뒤로 흔들곤 했는데, 그 행동을 기자인 자기에게 보여주려고 연출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게다가 레이킨 기자가 빈스의 이야기에서 맞지 않는 부분을 지적하면 그는 갑자기 감정적이 되어서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그가 원래 감정기복이 심한 게 아니라면, 기자의 질문을 답하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처럼 보였다. 기자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다. 빈스의 구속과 재판 과정에서도 그가 정말로 정신질환을 앓는 것인지, 그런 시늉을 교묘하게 하고 있는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앞의 글에서 언급한 마이크 마틴 형사도 같은 궁금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빈스를 면밀하게 관찰했다고 한다. 그런데 빈스는 경찰관이 다가오면 머리를 흔들다가, 경찰관이 사라지면 그 행동을 멈췄다. 경찰은 이런 변화를 구치소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운동장에서 다른 재소자들과 있을 때는 멀쩡해 보였지만, 마이크가 실험 삼아 보낸 경찰관이 걸어오는 걸 보는 순간 머리를 흔들었다. 마틴 형사는 빈스가 연기를 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