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전파되는 방식은 워낙 다양해서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미국에서 만난 몽골 사람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걸 처음 보고 놀란 후에야 그렇게 많은 몽골인이 한국을 찾아오고, 한국에 머물면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는 고려말 문신 문익점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붓두껍에 숨겨 들어와 한반도에서 키우면서 면직물이 퍼졌다고 배웠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오래 전인 백제 때 이미 면직물이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몇 년 전에 나왔다. 하지만 정확하게 언제, 어떻게 한반도에 면화가 들어왔는지 우리는 모른다.

간혹 정부가 나서서 특정 문화를 막아도 여러 통로로 유입되는 건, 정부의 금지나 검열이라는 것이 마치 어설프게 만들어진 진공상태와 같아서 언제, 어느 구멍에서 공기가 새어 들어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중문화를 금지하던 1980년대에도 고등학생들 사이에는 일본 패션과 음악이 퍼지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그게 어떻게 들어왔는지 일일이 파악하지도 못했고, 파악한다고 한들 막을 능력도 없었다.

비슷한 사례가 중국에도 있었다. 20세기 공산주의 국가들이 그랬고 지금의 북한도 그러는 것처럼, 중국 정부도 서구의 문화가 유입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심지어 1990년대 초까지도 중국에서 서구의 팝송을 듣는 게 자유롭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생긴 틈으로 서구의 대중음악이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왔고, 중국 정부는 이를 막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