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과 행복

인터뷰어인 테리 그로스(Terry Gross)는 빌리 아일리시의 새 앨범 'Hit Me Hard And Soft'에 들어있는 곡 'Skinny(깡마른)'으로 대화의 주제를 옮겼다. 이 노래의 가사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People say I look happy 사람들은 내가 행복해 보인다고 해
Just because I got skinny 그저 체중이 줄었다는 이유로
But the old me is still me and maybe the real me 하지만 과거의 나도 나야, 어쩌면 그게 진짜 나야
And I think she's pretty 나는 과거의 나도 예쁘다고 생각해

And I still cry, cry 그리고 나는 지금도 울어
And you know why 왜 우는지 너는 알지

인터뷰어는 체중이 줄어서 삶에 변화가 생겼는지, 체중이 늘었다, 줄었다 반복하지는 않는지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는 빌리 아일리시에게 그로스는 팬들이 공감할 것 같다고 말한다.

"네. 아시다시피 모두가, 모든 여성이 자신의 신체상(身體像, body image) 문제로 고통을 받죠. 제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제 속에 있는 자아가 그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다들 그러듯 날씬해졌다가, 다시 살이 쪘다가, 다시 체중이 줄었다가, 다시 늘기를 반복합니다. 몸은 시간이 지나면서—특히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바뀌잖아요.  

몇 년 전, 앨범 작업을 하면서 아주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서 체중을 많이 줄인 적이 있어요. 근육도 많이 늘었고, 체중도 줄었죠. 제가 살면서 그렇게 근력이 좋아진 적이 없을 만큼 좋아졌어요. 그런데 그런 변화와 무관하게 전혀 행복하지 않았어요(extremely unhappy). 제가 다시 행복해지면서야 비로소 그때 제가 행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빌리 아일리시의 운동은 팬과 미디어의 화제였다. (이미지 출처: GAWBY, Yahoo, Reddit)

그렇다고 해서 충분히 먹지 않아서 불행했던 것도 아니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렇게 열심히 운동하는 저 자신이 자랑스러워서 그걸 붙들고 있었어요. 저는 제 몸이 너무나 자랑스러웠고, 제가 그렇게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어요. 하루에 두 시간씩, 일주일에 5, 6일을 운동했거든요. 글루텐이나 유제품, 설탕을 섭취하지 않고, 저녁 7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게 즐거운 일은 분명 아니었죠. 그런데 제가 중독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 그런 삶의 방식에 중독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경험이 좋았던 건데...

정작 저 자신은 슬펐던 거죠. 그냥 다이어트와 운동 외에는 특별히 붙잡을 게 없었어요.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는 시기는 제가 공연 투어를 하던 때이기도 해요. 그러다가 돌아와서 저를 몇 주 만에 처음 보는 사람들은 하나도 예외 없이 저를 보고 '와, 세상에, 너무 좋아 보인다,' '정말 날씬해졌다,' '빌리 쟤, 너무 행복해 보이지 않니?' '너무 건강해 보여,' '막 빛이 나는 거 같애' 같은 말을 해요. 저는 제가 행복해 보인다는 사람들의 평가에 집착하게 되었어요. 그 사람들의 칭찬이 너무나 좋았거든요. 하지만 그러다가 '나는 실제로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데...'라고 깨닫게 된 거죠. 날씬한 건 사실인데, 행복하지는 않았던 겁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오빠 피니어스가 이런 말을 덧붙였다. "말하자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행복을 살 수는 없다는 말의 신체 버전 비슷한 거죠. 내가 날씬해지면 더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거." 빌리 아일리시는 "바로 그거"라고 맞장구쳤다.

피니어스의 기타 연주로 빌리 아일리시가 부르는 'Skinny.' 가사가 등장하는 공식 버전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제 노래 'Skinny'는 저희가 전혀 영감이 떠오르지 않던 시기에 만든 곡이에요. 아무런 아이디어도 생각나지 않아서 새로운 곡을 쓰지 못하고, 우울하게 지내고 있었죠. 피니어스(오빠)와 저는 스튜디오에 앉아서 뭔가 곡을 쓰고 싶었는데, 그렇게 간절하게 원했는데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죠. 그러다가 피니어스가 코드를 몇 개 연주했고, 저는 거기에 맞춰 즉흥적으로 멜로디를 흥얼거렸어요.

가사는 어떻게 나왔냐면, 피니어스가 제 감정 상태를 보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거든요. 저는 제 기분이 어떤지, 어떤 감정 상태를 지나고 있는지 이야기했죠. 피니어스는 저를 세상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해요. 제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도, 때로는 제가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 감정도 읽어요. 그래서 피니어스가 그 가사 속의 이야기—"과거의 나도 나야. 어쩌면 그게 진짜 나야. 나는 과거의 나도 예쁘다고 생각해"—를 말로 했고, 그게 가사가 되었죠. 그런데 제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피니어스가 천재이기 때문이지만, 그게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과 일할 때 벌어지는 마법 같은 일입니다."

동생과 일하는 오빠

인터뷰어는 오빠인 피니어스에게 동생과 작업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아직 십 대이던 시절에 네 살 아래의 여동생과 작곡을 같이 하면서 동생의 노래를 프로듀싱하는 일은 보통 남자아이들이 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니어스는 친구들과 만든 그룹이 있었고, 그 그룹에서 부를 곡을 작곡하고 있었다. 그 질문에 대해 피니어스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우선 저는 자라면서 빌리와 사이가 좋았고, 같이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저희가 홈스쿨링을 했다는 사실도 도움이 되었을 거예요. 그래서 저희 남매의 관계는 좀 더 입체적일 수 있을 거고, 만약 둘 다 학교에 다니면서 다른 학년에 속해 일주일을 보내고, 주말에 숙제를 하면서 잠깐씩 얘기를 했다면 달랐겠죠. 하지만 저희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미묘한 차이를 아는 대화(nuanced conversations)를 할 수 있었어요. 빌리와 시간을 보내고 싶게 만든 가장 큰 이유가 그거였죠.

어린 시절의 빌리와 피니어스 (이미지 출처: The Telegraph)

두 번째는 빌리의 아름다운 목소리였어요. 저는 빌리가 제 인생에 중요한 존재로서 좋아한 것에 더해서 빌리의 재능을 봤고, 그 재능을 존경했습니다. 세 번째는, 제게 실험 대상(guinea pig)이 필요했던 거죠. (웃음) 저는 아마추어 프로듀서였고, 누구라도 데리고 녹음해야 했죠. 그런데 빌리는 열세 살이었고, 마이크에 대고 노래를 해 본 적이 없는데 기꺼이 부르겠다는 거예요. 그러니 서로 잘 맞았던 거죠."

인생에 필요한 사람들

이제는 가수이자 작곡자, 프로듀서로 활약하는 피니어스는 "그저 그런 수준"이었던 자기가 뮤지션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자기 주위 사람들을 꼽았다.

"저는 어릴 때 그룹 활동을 했다고 했죠. 저는 태어나기를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로 태어난 것 같아요. 그러다가 12살쯤 되었을 때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래서 고등학교 내내 그룹 활동을 했어요. 그리고 프로듀싱에 대해 알아갈수록 팝와 얼터너티브 뮤직에 관심이 생겼고요.

제 친구 중에 프랭크라는 애가 있었어요. 그 애는 제가 그룹에서 활동하는 것과 프로듀싱도 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걔가 제게 '너 프로듀싱하지?' 하길래, 저는 별로 잘하는 건 아니라고 했어요. 제가 보기에도 저는 그저 그런(lackluster) 수준이었거든요. 그런데 프랭크는 "너 대단해. 장담하는 데 너 대단한 프로듀서가 될걸. 내가 부를 곡을 몇 개 작곡해 줬으면 좋겠어."

저는 완전히 초보였는데 그 애가 용기를 불어넣어 준 거죠. 프랭크는 제 재능을 실제보다 더 크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제가 연주하면 "야, 엄청나다"고 칭찬해 줬죠. 그 바람에 자신감이 생겼죠. 그 애가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으면 절대 생길 수 없었을 겁니다.

빌리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제 방에서 빌리와 함께 음악을 만들면서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 빌리는 제게 따뜻한 말을 해줬어요. 빌리가 "어, 그거 좋아"하고 칭찬해 줘서 만들게 된 노래가 'Ocean Eyes'(빌리 아일리시를 스타로 만들어 준 데뷔곡—옮긴이)예요.

저는 필요할 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서 많은 지지를 받았어요. 저는 그런 지지는커녕 오히려 낙담하게 만드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성장하고도 예술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라면서 자기 엄마가 '니 목소리는 정말 듣기 싫다'고 했다는데도 가수가 되죠. 저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저 자신에 대해 회의가 많았고, 가면 증후군(자신이 사기꾼이고 모든 사람이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는 불안)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제게 '너 실력 별로야'라고 했으면 곧바로 '그래, 맞아. 동의해' 하고 바로 그만뒀을 거예요.

하지만 제 옆에 있던 빌리와 프랭크 같은 사람들이 '아냐, 아냐, 아냐,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훌륭해'라고 말해줬기 때문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피니어스가 부르는 노래 'Family Feud'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여동생을 바라 보는 오빠의 마음을 노래한다. 유튜브 영상 밑에 달린 댓글에 이런 게 있다. "당신(팬)이 빌리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면, 피니어스가 너보다 빌리를 더 사랑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