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빈은 이 아름다운 초록의 도시에서 살 기회를 날려 버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복도로 나서니 오디션이 끝나길 기다리던 아버지가 있었다. "오디션은 어땠니?" 아버지가 물었다.
이빈은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망친 거 같아요. 연주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심사위원들이 저보고 나가라고 했어요." "네 연주가 아주 좋아서 그만 해도 된다고 했을 수도 있잖아." "아니, 그게 아녜요. 심사위원 하나가 고개를 흔들면서 어림도 없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창문틀을 쾅쾅 내리쳤다. 그러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방법이 있을 거야. 방법이 있을 거야.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런 아버지를 보는 이빈은 겁에 질렸다. 자기가 아버지를 실망하게 해드렸다는 죄책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