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9세인 앤서니 로메로가 ACLU(미국 시민 자유 연맹)를 이끄는 디렉터가 된 건 30대 중반이던 2001년 9월이다. 미국인이면 누구나 기억하는 9/11 테러가 일어나기 며칠 전이다.
나는 그해 9월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미국에 온 지 갓 2년이 넘으면서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기 시작했던 무렵, 미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로 변하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의 도서관에는 건물 정면을 완전히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미국 국기가 걸렸고, 미국인들은 온통 테러를 이야기하며 슬퍼했고, 공포에 떨고 있었고, 무엇보다 분노하고 있었다. 온 나라가 열병에 걸린 듯 보였다. 가깝게 지내는 미국인들은 "나는 이런 미국이 낯설다"고 할 만큼 다른 나라가 된 것 같았다.
당시 미국인들은 아랍국가들에 분노했고, 그들에게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9/11 테러리스트들 중에는 미국의 우방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도 있었다. 미국 내에 살고 있던 아랍계 사람들은 길을 걷다가 조롱과 욕설을 들어야 했고, 공항에서는 이름과 피부색 때문에 잠재적인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았다. 심지어 인도인들도 무슬림과 한 데 묶여 비슷한 취급을 받던 시절이다. 앤서니 로메로는 ACLU의 디렉터에 취임한 직후 그렇게 변한 미국 사회에서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