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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 kang

이번글에 직접적인 질문은 아닙니다만, 늘 궁금하던 부분입니다. 언론이 권력과 자본에 종속되어 그들의 입맛에 맞는 굴곡된 글을 쓰는 한국언론은 대부분 보수성이 강한데, 미국은 어떻게 진보언론이 강하게 될 수 있었을까요? 트럼프는 Fox News 외에는 인터뷰도 안했었듯이. 미국언론은 더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아남는 뭔가 다른 시스템이 있는지요? 언론환경이 너무나 다르네요...

박상현

아마 저보다 더 정확한 답을 주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제가 아는 한에서는 이렇습니다:

미국도 언론자본은 다른 기업들과 다르지 않아서 권력과 가깝고, 우리나라의 보수 언론사 사주들 못지 않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사주가 특정 후보의 대통령 만들기에 뛰어들었던 일도 있고, FoxNews의 루퍼트 머독은 그게 기본적인 자세죠.

따라서 그렇게 권력,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은 언론사가 존재하는 게 신기한 일인데요, 저는 이게 미국 (개별) 언론인들의 특성과 전통이라고 알고 있어요. 20세기 초만 해도 작가가 되려는 사람들이 경험을 쌓고 명성을 만들기까지 저널리스트를 하는 일이 흔해서 소속사의 '기자'라는 개념 보다는 '저자'라는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많은 젊은 작가들이 그렇듯 이들은 대개 진보적이고 사회고발, 개혁적인 성향이었죠. 그래서 사주가 원하는 것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며 대립하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 전통에서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가 진보적인 성향을 갖게 되었고, 그런 신문을 보려는 진보적인 독자층이 두텁기 때문에 진보적인 언론이 생존할 수 있죠.

하지만 민주주의가 그렇듯, 진보적인 언론이라는 것도 보장된 건 아니고 항상 치열한 싸움의 연속이죠. 당장 워싱턴포스트만 해도 베이조스가 구원군으로 달려오지 않았으면 살아남기 힘들었다고 하니까요.

결국 뉴욕타임즈와 NPR정도가 지독한 팬들 덕분에 독립적으로 살아남고 있는 거고, 다른 매체들은 그런 '훌륭한 갑부들'의 도움을 받아 생존하거나, 아니면 아예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만드는 뉴미디어가 탄생하는 거죠.

결론은.. 백조처럼 우아해보여도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이 물밑에서 진행 중이라고 보시는 게 맞을 겁니다.